뉴요커, UI/UX 디자이너, 대학원 학생 - 이곳은 나의 삶의 작은 수첩

라리의 관심사

모닝루틴

라리라리라리 2021. 5. 2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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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갓생까지는 아니지만 모닝 루틴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챙길 식구들이 많다.

침실에서 나오자마자 거실 환기를 시킨다. 마음속으로는 굿모닝 뉴욕이라고 외치고 있다. 바쁜 뉴요커들의 출근길과 밤낮없이 빵빵거리는 뉴욕의 차들, 맑은듯하지만 쾌쾌한 공기, 높은 빌딩 사이로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 서울과는 다르게 멋있어 보이는 이유는 아직 내가 이방인이라는 뜻일것이다. 거실 창을 열고 나면 식물들을 체크한다. 해를 쬐고 바람을 느낄수 있게 자리를 잡아주고, 흙이 건조하진 않은지 촉촉한지 체크한다. (사실 물주는 앱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배코 밥그릇과 물그릇을 설거지를 하며 커피를 내린다. 커피향이 고소하게 나기 시작하면 설거지도 끝나서 커피가 살짝 뜨거움을 한 김 식힐동안 배코에게 새 밥과 시원한 물을 준다. 가끔은 유산균을 담은 참치와 사료를 섞어주는데 배코가 참 좋아한다. 캔 하나를 따면 4등분해서 사료와 캔의 1/4에 물을 약간 섞어서 준다. 너무 짜지 말라고 물도 많이 먹으라고 물을 넣어주는데 곧잘 먹는다. 열어놓은 캔은 밀폐용기에 담아서 일주일정도 냉장고에 보관할수 있다. 배코가 찹찹찹찹 밥을 먹으면 배코 화장실로 가서 화장실을 치워준다. 한번은 배코 화장실을 오픈된 공간에서 치우고 있었는데 그때 배코가 옆에 있었었다. 고양이 집사라면 잘 알겠지만 고양이 화장실 냄새는 정말 상상 이상이다. 마스크를 쓰고 하더라도 그 고약한 냄새가 곳곳에 퍼져 화장실 청소만 한번 하게되면 온 집안을 다 씻어내고 싶게 만드는 강렬하고 짜릿한 냄새다. 아무튼 이 녀석의 호기심을 깜빡한 나머지 분리된 공간이 아닌 오픈된 공간에서 하고 있었다. 나는 마스크를 쓰고 하고 있었는데 얘는 나보다 후각도 더 예민한데 이 냄새를 오롯이 들이 마시게 되었다. 그러더니 자기도 너무 심각한지 심각하게 '왜ㅐㅐㅐㅐㅐㅐ옹'하고 울더니 저 구석에서 토를 하고 있었다. 어찌나 웃프던지... 아무튼 그렇게 매일 아침 화장실을 청소해주고 거실 테이블로 온다. 그럼 배코 이녀석이 테이블에서 만져달라고 보채는 눈빛과 종종 걸음을 하며 기다리고 있고, 한 5분 에서 10분 정도 손님이 만족스러워 하실때까지 빗질과 마사지와 사랑을 쏟아줘야, 나의 하루가 편안하다. 

나의 시간은 배코를 챙겨주는 것을 마무리하면서 시작된다. 요새는 집안에서 운동을 하려고 하고 있다. 곧 백신을 다 맞으면 다시 헬스클럽에 갈 생각이지만 그 전까지는 간단하게 집에서 스트레칭과 웜업을 하려고 하고 있다. 이제서야 테니스를 좀 만족스럽게 잘치기 시작했는데 코로나 이후로 라켓을 잡아본적이 없다. 곧 동네 테니스장도 다시 가봐야 겠다. 날씨가 며칠만에 확 더워졌더니 숨이가빠지는것 같았다. 요즘 다시 할일이 쌓이고 있어서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있었더니, 어깨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졸업반 시절에는 어깨랑 날개뼈가 너무 아파서 잠을 아예 자지 못한 날도 있다. 이상하게 등쪽에는 어째 근육이 하나도 없는 느낌이다. 그래서 조금만 무리해도 아프고 결린다. 살은 하체에 찌고 있는데, 보살펴줘야 할곳은 어깨라 운동을 하면서도 고민을 한다. 누구를 더 신경써줘야하나, 그런데 웃긴것은 그냥 꾸준히 하다보면 결국 살도 빠지고, 어깨도 건강해질거라는 것을 알지만, 나란 사람이란 헛똑똑이인가. 알면서도 알지를 못하는 헛똑똑이 말이다. 한시간동안 쉬지않고 움직이면서 고강도와 유산소를 섞어서 하는 프로그램을 했는데 끝날 때 쯤 에는 토가 나올것만 같았다. 날씨 탓인지, 코로나 때문에 내 폐가 퇴화되고 있는건지, 내가 내 몸을 이렇게 만든건지 알수가 없지만, 언제쯤 내가 만족스럽게 스스로가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고 느끼는 날이 올까 하는 물음표가 생겼다. 요즘 따라 자주 다시 젊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임에 감사하고 나를 더 사랑해야겠다. 

그리고 아까 설거지하는 동안 내려놓은 커피를 마시면서 IT나 UX, 디자인 관련된 뉴스를 읽는다. 웃긴게 요 며칠 동안은 구글 I/O에 빠져서 이것저것 읽다보니, 문대통령이 미국에 왔었는지는 도통 관심도 없었다. 대체 다른 사람들은 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을 어떻게 흡수하고 있는걸까.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일까. 회사다닐 동안은 내 멋에 취해서 뭐든 잘할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간 편한 삶은 나보다는 회사 타이틀 덕을 많이 보고 지내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세상이 나를 안봐주려고 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발버둥 치고 있는데, 직장을 벗어던진 나 한 사람은 갓 태어난 아기처럼 아무것도 가진것도 없고, 과거도 미래도 없는 투명인간처럼 보이지를 않나보다. 그런 마음으로 뉴스를 읽는다. 이것들이 쌓여서 언젠가는 나의 튼튼한 갑옷이 되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뉴스를 읽고 맘에드는 기사들은 이렇게 블로그에 남기고 있다. 누군가,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영어를 일일이 해석하면서 보기에 바쁘다면, (난 그랬었으니까) 읽으면서 해석을 적어주는 것. 소소한 취미가 되었다. 

나의 아침은 이렇다. 이렇게 아침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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